블랙록이 17장짜리 편지를 던진 이유 — GENIUS Act OCC 규칙의 핵심 쟁점
블랙록이 17장짜리 편지를 던진 이유 — GENIUS Act OCC 시행 규칙의 핵심 쟁점
⚠️ YMYL 면책 조항: 이 글은 규제 동향과 시장 구조 분석을 위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암호화폐·토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2026년 5월 1일. 워싱턴 DC의 한 정부 청사 책상 위에 편지 네 통이 거의 동시에 놓였다.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암호화폐 투자사 패러다임,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그리고 미국 은행 협회(ABA)가 동시에 움직였다.
이 날은 OCC(통화감독청)의 GENIUS Act 시행 규칙 초안에 대한 60일 의견 제출 마감일이었다. 이 조용한 편지들이 왜 코인 시장 전체를 흔드는 신호탄인지, 하나씩 뜯어보겠다.
OCC의 GENIUS Act 시행 규칙 초안은 무엇을 담고 있나?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는 2025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최초의 연방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다.
법 자체는 큰 뼈대만 정한다. 세부 시행 규칙은 OCC가 따로 만든다. OCC가 초안을 공개한 시점이 2026년 2월 25일, 관보 등재일은 3월 2일이었다. 그로부터 60일 후인 5월 1일이 의견 제출 마감이었다.
이 초안의 정식 항목명은 12 CFR Part 15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PPSI(Permitted Payment Stablecoin Issuer, 허가받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의무:
| 항목 | OCC 초안 내용 | 업계 반응 |
|---|---|---|
| 준비금 1:1 비율 | 코인 발행량만큼 안전 자산 보유 의무 | 업계 전반 동의 |
| 허용 자산 종류 | 달러 현금, 단기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MMF (토큰화 형태 포함) | 기본 동의 |
| 토큰화 자산 상한 | 전체 준비금의 20% 이하로 제한 | 블랙록 등 강력 반발 |
| 운영 자금 의무 적립 | 12개월치 운영비 사전 적립 | 신생사 진입 장벽 우려 |
| 준수 실패 시 처분 | 15영업일 내 준비금 요건 미충족 시 신규 발행 중단 + 강제 청산 | 시스템 리스크 우려 |
| 이자 지급 |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이자·수익 지급 금지 | 패러다임 등 과도한 해석 우려 |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토큰화 자산 20% 상한"이다. OCC의 논리는 단순하다. 같은 미국 단기 국채라도 종이 형태와 블록체인 위의 토큰 형태는 다른 위험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새로운 운영 리스크 변수라는 시각이다. 과연 그게 맞는 말인지, 각 기관의 의견서가 정면으로 반박한다.
어떤 기관들이 OCC에 의견서를 냈고,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
5월 1일 제출된 의견서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뉜다. 토큰화 진영과 은행권이다.
① 블랙록 — "20% 상한은 사형 선고다"
블랙록이 OCC에 제출한 17페이지 의견서의 핵심 주장은 하나다. 토큰화 자산 20% 한도 조항을 삭제하라.
블랙록의 논리: 자산 위험은 신용 등급, 만기, 유동성 세 가지로 평가하는 게 금융의 원칙이다. 보관 그릇이 종이냐 블록체인이냐는 자산 위험과 직접 관계가 없다. 같은 미국 단기 국채를 기술적 형태만 달리했다고 차별하는 건 기술 중립성 위반이다.
왜 블랙록이 이렇게 절박한가? 블랙록이 운영하는 BUIDL 펀드 때문이다. BUIDL(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은 미국 단기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하는 토큰화 MMF다. 2025년 3월 출시 후 1년 만에 운용 규모가 26억 달러(약 3조 8천억 원)를 돌파했다.
BUIDL은 단순한 펀드가 아니다. 에테나(Ethena)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tb의 준비금을 떠받치고 있고,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의 토큰화 국채 펀드 OUSG에도 핵심 비중으로 편입되어 있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기초 부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 상한이 유지되면 이 성장 엔진이 강제로 멈춘다.
② 패러다임(Paradigm) — "이자 금지 조항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라"
암호화폐 전문 투자사 패러다임의 주장은 다른 지점을 건드렸다. GENIUS Act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되면 DeFi 전체가 질식한다는 것이다.
온체인 금융 프로토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고 받는 수익까지 '이자 지급'으로 규정하면, 사실상 DeFi 생태계 전체가 규제 회색지대로 들어간다. 패러다임은 이자 금지의 적용 범위를 발행사의 직접 지급으로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③ 브루킹스 연구소 — "은행 예금이 더 위험하다"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시각은 더 거시적이다. 보호되지 않는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보다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 훨씬 위험하다는 논지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1:1로 쌓여 있지만, 은행 예금은 부분준비금 시스템 위에 놓여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죄는 방향보다 은행권의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쪽이 금융 안정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서클(Circle)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쪽 논리를 대변한 셈이다.
④ 미국 은행 협회(ABA) — "스테이블코인을 막아라"
반대 진영의 목소리는 분명했다. 미국 은행 협회는 OCC의 엄격한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핵심 키워드는 예금 잠식이다.
은행 예금은 시중은행 시스템의 연료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은행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DeFi에 맡겨 우회 수익을 창출한다. 예금이 줄면 대출 여력이 줄고, 대출이 줄면 신용 창출이 감소하며, 거시 경제에 타격이 온다는 논리다.
ABA는 지니어스법을 섣불리 시행하면 금융 안정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진입 장벽과 자본 통제 유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OCC는 왜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다르게 대우하는가?
이 대목이 흥미롭다. 같은 OCC가 두 손으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2026년 1월 16일, OCC 청장 조나단 굴드(Jonathan Gould)는 자산 1천억 달러 이상 거대 은행에 부과하던 '회복 계획' 안전 장치를 풀어주겠다고 예고했다. 3월 31일에는 실제로 이 안전 장치를 전면 폐지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신생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는 12개월 운영비 적립 의무, 토큰화 자산 20% 상한, 엄격한 유동성 기준이 부과됐다. 한 손으로는 대형 은행의 족쇄를 풀고, 다른 손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그림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었다. 2022년 SEC가 도입한 SAB 121이다. 은행이 고객 대신 가상 자산을 보관할 때 대차대조표 부채로 계상하도록 강제한 규정이었다. 전통 자산 보관 업무에는 없는 요건이었다. 이 규정은 2024년 미국 하원에서 무효화 결의안이 60대 38로 통과됐고, 결국 폐지됐다. '같은 자산을 그릇만 다르다고 차별한 규제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는 역사적 선례가 생긴 것이다.
이 규칙이 통과되면 어떤 코인이 직격탄을 맞나?
직접 충격권에 있는 코인은 두 개다.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 ONDO)는 시가총액 약 13억 달러의 RWA(실물자산 토큰화) 프로토콜이다. 온도의 토큰화 국채 펀드 OUSG 안에 BUIDL이 핵심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20% 상한이 확정되면 자산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
주피터(Jupiter / JUP)는 솔라나 생태계의 최대 DEX다. 주피터가 자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Jupiter USD의 담보 90%가 에테나의 USDtb이고, 그 USDtb는 블랙록 BUIDL로 떠받쳐진다. BUIDL이 막히면 이 연쇄 구조가 강제로 끊긴다. 주피터는 2026년 신규 토큰 발행을 0으로 고정하고 최대 공급량을 100억 개에서 70억 개로 줄이며 토큰 인플레이션 방어에 나섰지만, 외부 규제 충격에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간접 영향권에는 USDC(Circle)와 SKY(구 MakerDAO)가 있다. 서클은 2025년 해시노트(Hashnote)를 인수하며 USYC라는 토큰화 MMF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USYC의 운용 규모는 2026년 3월 기준 약 29억 달러로 이미 BUIDL(26억 달러)을 앞질렀다. 20% 상한이 풀리면 서클도 혜택을 본다. SKY 생태계가 발행하는 USDS도 RWA 자산 비중이 높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앞으로의 일정과 세 가지 시나리오
GENIUS Act는 두 개의 데드라인을 박아두고 있다.
첫 번째는 2026년 7월 18일이다. OCC를 비롯한 연방 주무 기관들이 시행 규칙을 최종 확정해 공포해야 하는 법정 시한이다. 두 번째는 2027년 1월 18일로, GENIUS Act가 전면 발효되는 날이다.
이번 5월 의견 제출이 끝난 지금, 6월 말~7월 초가 사실상 결판이 나는 시간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시나리오 1 — 블랙록 승: 20% 상한이 폐지되거나 더 높은 비율로 완화된다. RWA 섹터 전체에 강력한 호재다. 토큰화 국채 시장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
시나리오 2 — OCC 원안 유지: 온도, 주피터 등이 단기 충격을 받는다. 강제 자산 재편 과정에서 1달러 페그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토큰화 국채 시장이 이미 150억 달러를 넘어선 만큼, 속도가 늦춰질 뿐 흐름 자체는 멈추지 않는다.
시나리오 3 — 절충안: 20% 상한을 40~50%로 상향하되, 블록체인 기술 관련 추가 공시 요건을 부과하는 형태의 중간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다.
노무라 증권이 글로벌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80%가 향후 3년 안에 운용 자산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그중 상당수가 변동성 큰 코인보다 토큰화 국채를 1순위로 꼽았다. 규제가 어디로 가든, 이 자본 흐름 자체를 미국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규제 지형 비교 — 미국·유럽·한국의 방향은 얼마나 다른가?
이 싸움은 미국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같은 시기 각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유럽의 MiCA(암호화폐 자산 시장 규제)는 일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금의 최소 30%를 시중은행 예금으로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코인으로 지정되면 그 비율이 60%로 올라간다. 달러 연동 코인은 유럽 내 일일 거래량 2억 유로 상한도 적용된다.
한국은 올해 하반기 통과를 목표로 디지털자산기본법(DABA) 2단계를 논의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중은행이 51%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이와 별개로 9개 시중은행과 함께 도매 CBDC 기반 예금 토큰 실험을 11만 명 규모로 진행 중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은 토큰화 국채 비중을 100%까지 허용하는 방향, 유럽은 은행 예금 비중 60% 의무, 한국은 은행 지분 51% 의무. 세 나라가 완전히 다른 지도를 그리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많은 글로벌 자본을 끌어당길지가 향후 몇 년 코인 시장의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 주목해야 할 세 가지 변수
이번 사건은 클래러티 법(CLARITY Act)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움직였고, 그 뒤를 이어 코인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이 줄을 섰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7월 18일 OCC 최종 규칙 공포 내용이다. 20% 상한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완화되는지가 RWA 섹터 전체의 단기 방향을 결정한다. 둘째는 RWA 섹터 자금 흐름이다. 토큰화 국채 시장이 이미 15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형 기관들의 자금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셋째는 한국 국회의 DABA 논의다. 은행 지분 51% 조항이 그대로 통과되면 한국은 사실상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기존 금융 시스템 안에 완전히 가두는 방향으로 간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GENIUS Act의 OCC 시행 규칙에서 '토큰화 자산 20% 상한'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PPSI)가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산 중, 블록체인 위에 올려진 토큰화 형태의 자산(예: 블랙록 BUIDL 같은 토큰화 MMF)은 전체 준비금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조항이다. 나머지 80%는 현금·종이 국채·환매조건부채권 등 전통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
Q2. 블랙록은 왜 이 조항에 강력히 반발하는가?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으로 채우는 핵심 자산이다. 에테나 USDtb, 온도 OUSG 등이 BUIDL을 기반으로 한다. 20% 상한이 유지되면 BUIDL의 성장이 강제로 막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블랙록은 "자산 위험은 신용 등급·만기·유동성으로 평가해야 하며, 보관 그릇(블록체인)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건 기술 중립성 위반"이라고 반박한다.
Q3. 미국 은행 협회(ABA)는 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지지하는가?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하면 사람들이 은행 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DeFi에서 수익을 얻는다. 예금이 줄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고, 이는 신용 창출 축소로 이어진다. ABA는 이를 '예금 잠식'으로 규정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격한 규제 유지를 요구한다.
Q4. GENIUS Act 시행 규칙의 최종 확정 시한은 언제인가?
OCC를 비롯한 연방 주무 기관들은 2026년 7월 18일까지 시행 규칙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 법으로 못 박힌 시한이다. GENIUS Act 자체의 전면 발효일은 2027년 1월 18일이다.
Q5. 토큰화 국채(RWA) 시장의 현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26년 4월 말 기준 토큰화 미국 국채 시장의 규모는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돌파했다. 블랙록 BUIDL이 약 26억 달러, 서클이 인수한 해시노트의 USYC가 약 29억 달러로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노무라 증권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 투자자의 약 80%가 향후 3년 안에 토큰화 자산 배분을 계획하고 있다.
참고 출처
Inverstor K
관심 분야: 가상화폐 투자 분석, 블록체인 생태계 리서치
경력: 해외무역, 5년 이상 가상화폐 시장 직접 투자 및 포트폴리오 운영
투자 원칙: 이해한 것에만 투자한다. 잃어도 되는 금액만 넣는다.